2018년 8월 18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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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 산업의 '허리' 역할을 맡고 엠카지노주소 있는 중형 게임사들이 신작 흥행 및 해외 사업 선전에 힘입어 올 상반기에 대체로 양호한 성적을 달성했다. 소셜카지노 사업으로 탄력을 받고 있는 더블유게임즈가 쾌속의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뮤 오리진' 흥행 이후 한동안 주춤하던 웹젠이 후속작으로 도드라진 성장세를 보였다.

 

네오위즈가 해외 사업 선전에 힘입어 모처럼 호실적을 기록한 것도 눈길을 끈다. 반면 '카카오 게임하기' 플랫폼으로 반짝했던 파티게임즈와 데브시스터즈 등 이른바 '카톡 키즈'들은 끝모를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7일 중소형 상장 게임사(더블유게임즈·웹젠·네오위즈·위메이드·선데이토즈·엠게임·조이시티·파티게임즈·데브시스터즈·게임빌)의 올 상반기(1~6월) 누적 실적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이들 10개사의 전체 영업이익은 지난해 상반기(404억원)보다 두배 이상 확대된 1025억원에 달했다. 
 


매출은 679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5032억원)에 비해 1700억원 이상 증가하는 등 대체로 성적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 기간 더블유게임즈와 웹젠, 네오위즈, 위메이드는 매출과 영업이익 지표가 나란히 좋아졌다. 조이시티는 비록 영업손실이 이어지긴 했으나 적자폭이 줄어든 반면 매출 외형은 불어나는 등 상당수 게임사들이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까지 일부를 제외한 중형 게임사들이 이렇다할 흥행작이 없어 부진을 이어온 것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졌다. 메이저인 넥슨과 엔씨소프트 등이 올 상반기에 신작 없이 기존 게임들로 양호한 성적을 내면서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간 것과 비교된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더블유게임즈는 글로벌 시장에서 주력 소셜카지노 사업의 선전에 힘입어 가벼운 발걸음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올 2분기에는 마케팅비 통제로 시장 예상을 웃도는 호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더블유게임즈는 카지노게임 더블다운카지노의 리뉴얼 효과를 톡톡히 보면서 올 하반기에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달성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웹젠은 모바일 뮤오리진의 후속작인 뮤오리진2의 중국 흥행 성공 덕에 한동안 가라앉던 실적이 올 1분기를 기점으로 반등했다. 2분기 들어 뮤오리진2 서비스를 위한 영업비용 부담 탓에 다시 내림세를 탔으나 지난 6월 국내 출시를 계기로 하반기에는 다시 성장세로 방향을 틀 것이란 전망이다. 
  
네오위즈의 도드라진 성장세도 눈길을 끈다. 네오위즈는 대작 온라인게임 블레스의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 출시와 일본 브라운더스트 흥행에 힘입어 올 2분기 급격한 실적 성장세를 기록한 바 있다.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보다 2배 이상 확대된 96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네오위즈가 100억원에 육박하는 분기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은 지난 2016년 2분기 104억원을 달성한 이후 2년만이다. 

2018년 8월 5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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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순수 해외기업의 한국 증시 입성 시도가 늘어나면서 동시에 중국 기업 중심이었던 국적도 미국 베트남 일본 싱가포르 등 다국적화되는 추세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시애틀의 소셜카지노게임 개발업체 더블다운인터랙티브(DDI)가 코스닥 상장 의사를 밝혔다. DDI는 국내 소셜카지노 게임업체 더블유게임즈의 자회사 디에이트게임즈가 디에이트게임즈가 지분을 100% 보유중인 회사다. 한국 회사에 인수되기는 했지만 미국에서 시작한 순수 미국기업으로서는 코스닥 최초다.
한국과 인연을 맺고 있는 해외의 `한상기업`이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하는 경우가 대다수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한국과 연고가 없는 해외 기업들이 국내 증시 상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대전격투게임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시리즈 개발사로 유명한 일본 게임업체 SNK는 NH투자증권을 상장 주간사로 선정하고 연내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1978년 설립된 SNK는 1990년대 오락실을 주름잡은 `더 킹 오브 파이터즈`, `메탈슬러그` 등 2D 대전액션게임 장르로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이후 부침을 겪으면서 지난 2015년 중국 게임업체 37게임즈에 인수됐다. 현재 대주주는 37게임즈이며 지분 81.25%를 보유중이다. 상장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일본 게임업체로는 최초로 국내 증시에 상장하는 케이스가 된다. 

베트남의 바이오 시밀러 1위 기업인 나노젠도 코스닥 상장 의사를 밝혔다. 베트남 유일의 바이오시밀러 업체인 나노젠은 미국 유명 바이오업체에서 15년 근무한 호난 회장이 최대주주다.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지난 해 4월 약 200억원 투자해 지분 10%를 보유중이다. 나노젠은 내년을 목표로 상장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노젠이 국내 증시에 상장하면 베트남 토종기업 1호 상장이 된다. 

싱가포르에 설립된 바이오 국책연구소 프레스티지바이오리서치(PBR)의 자회사 프레스티지바이오도 한국에서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프레스티지바이오는 PBR의 항체의약품 개발부문을 분사해 세운 회사로, 국내에서는 항체의약품 제조 및 상용화를 전담한다. 지난 해 미래에셋대우를 상장 주간사로 선정하고 상장 시기를 조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한국과 연고가 없더라도 코스닥의 바이오와 IT·게임 종목의 높은 밸류에이션이 매력포인트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미국 중국 무역전쟁 및 주요 국가들의 환율 조정 등으로 타격을 입기는 했지만, 바이오와 게임은 코스닥 주도주로 꼽힌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코스닥=게임·바이오`라는 M카지노 인식이 강하다"면서 "코스닥에서 바이오나 게임 업종들이 밸류에이션을 잘 받는 편이라 다른 해외 업체들도 코스닥에 상장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외기업 상장을 반기면서도 그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한국에 연고가 없기 때문에 사업이 잘 되지 않거나 주가가 부진할 경우 `먹튀`를 하는 불량 기업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바이오나 게임 등 코스닥이 강세를 보이는 부분에서 해외기업들이 매력을 느끼고 입성해 시장 트렌드를 만들 수 있다면 좋기는 하다"면서도 "하지만 옥석가리기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8년 7월 24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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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16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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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유게임즈가 기업공개(IPO)를 위한 공모청약을 한달 앞둔 가운데 매출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더블유카지노'가 사행성 게임이라는 오인을 털어낼지 주목된다. 더블유카지노는 환전이 불가능한 소셜카지노 게임으로 분류되지만 국내에서는 게임이 서비스되지 않아 사행성 게임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블유게임즈는 지난 11일 코스닥 상장심사를 통과한 상태로 내달 26~27일 기업공개(IPO)를 위한 공모청약을 남겨두고 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 164억 원이었다. 연환산하면 지난해 당기순이익인 279억 엠카지노주소 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외형만 놓고보면 벤처기업으로 설립된지 3년만에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회사 매출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더블유카지노에 대한 시장의 엇갈린 평가다. 오프라인의 카지노를 그대로 온라인과 모바일로 옮겨오다 보니 일종의 '도박' 아니냐는 오해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카지노 장르 비교  

통상 카지노 게임은 오프라인, 온라인, 소셜카지노 등 크게 세가지로 분류된다. 베팅수단, 결제방식, 환금성, 규제여부에 따라 차이가 있다. 

규제가 적용되는 결정적인 요소는 환금성이다. 소셜카지노를 제외한 오프라인과 온라인 카지노는 사이버머니를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어 규제가 적용된다. 소셜카지노 역시 베팅과 결제가 사이버머니를 통해 이뤄지지만 환전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 규제를 적용받고 있지 않다. 

더블유카지노는 소셜카지노에 속해 환전이 불가능한 게임이지만 투자자들의 오해는 여전한 상황이다. 특정 사용자 간 거래를 통해 사이버 코인 잃어주기 등 부적절한 거래가 가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소셜카지노가 사행성과 관련해 문제가 발생하면 페이스북, 구글 등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와의 거래가 어려워진다. 더블유게임즈의 주요 매출처는 페이스북으로 전체의 약 56%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다음카카오가 최근 소셜카지노 사업 자체에 대해 진출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금까지 소셜카지노로 인한 환전 등 사행성 문제 발생 사례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는 소셜카지노를 여타 퍼즐게임과 동일하게 간주하는 경우도 있다.

더블유게임즈는 사행성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떼어내기 위해 자구책을 마련해둔 상황이다. 게임 유저간의 칩 거래 등을 통해 부정사용자를 방지하는 상시 감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행성 게임 방지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8월 윤리규정을 제정하기도 했다. 

사행성 게임이라는 이미지만 벗어내면 더블유게임즈는 공모 흥행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증권신고서에도 역대급 시가총액을 적어냈다. 비교기업으로 조이시티, 네오위즈게임즈, 엠게임, 게임빌, 엔씨소프트, 웹젠, 플레이위드, 데브시스터즈 등 8개사 선정해 주가수익비율(PER) 33.66배를 적용했다. 상반기 순이익을 연환산(328억 원)하면 1조1040억 원의 기업가치가 나온다. 코스닥 게임주 중에서는 역대급인 상황이다. 

기관투자가는 "장외에서도 높은 주가를 보이고 있어 흥행 기대를 모으고 있는 상황"이라며 "해외보다 국내 투자자들의 실제 게임 이해도가 상당히 낮아 홍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8년 7월 5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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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24일 1800시, 3천여 병력을 앞세운 버마 정부군이 땅거미 지는 모에이강 물돌이 목을 치고 들어왔다. 폭 60m에 친 3겹 철책선에서 불꽃이 튀었다. 500m 앞 케블루산(400m) 정부군 고지에서는 120㎜ 야포 24문이 쉬지 않고 불을 뿜었다. 스웨덴제 84㎜ 대탱크포는 모래자루와 통나무로 덮은 지하 2m 동맹군 벙커를 뚫고 들었다. 남북 1.5㎞, 동서 0.6㎞, 손바닥만한 물돌이는 초토가 되었다.
12월25일 0400시, 자정을 넘어 숨죽였던 물돌이에 다시 총성이 울렸다. 캡틴흘라웨이다리 쪽으로 치고 들던 정부군 상륙조 40여명이 동맹군에 걸려 물귀신이 되었다. 흥분한 정부군 야포는 거칠게 불을 뿜었고 물돌이의 새벽은 화약 냄새와 피비린내로 뒤덮였다. 1700시, 300여명 전사자를 낸 정부군이 물러나면서 전선이 잦아들었다.”
꼬무라로 가는 길
세계 게릴라전사에 최대 격전으로 꼽을만한 1988년 ‘크리스마스전투’였다. 그즈음 타이와 버마(까렌주) 국경을 가르는 모에이강 물돌이 꼬무라(완카)에는 까렌민족해방군(KNLA) 101특수대대 300명, 4여단 특수지원군 150명, 아라깐해방군(ALA) 80명, 버마학생민주전선(ABSDF) 211연대 150명이 버마민주동맹(DAB) 깃발 아래 방어선을 쳤다. 여섯 달 넘도록 꼬무라를 난타했던 정부군은 12월22일부터 하루 5000~7000발에 이르는 포탄을 퍼부어댔다. 12월 들어 보급선마저 끊긴 동맹군은 햇볕도 들지 않는 벙커에서 한 달 가까이 마른 국수와 물로 끼니를 때웠다.
특히 이 크리스마스전투는 11월5일 갓 태어나 전투 경험도 없던 버마학생민주전선 학생군이 까렌 지도부의 후퇴 명령을 거부한 채 쇠사슬로 서로 발을 묶고 참전한 신화를 남겼다. 그로부터 까렌을 비롯한 소수민족해방군들은 이른바 8888 민주항쟁 뒤 국경으로 빠져나온 학생들을 동지로 받아들이며 무기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난공불락 요새로 여겼던 꼬무라는 1995년 2월20일 정부군한테 함락 당했다. 그날 나는 타이 국경 수비대에 막혀 모에이강 둑 먼발치에서 쓰러져 가는 꼬무라를 지켜보았다. 그동안 꼬무라 지하 벙커를 들락거린 유일한 기자인 나는 검은 연기와 불길에 휩싸여 숨이 넘어가던 그날 꼬무라를 아직도 가슴 한 쪽에 달고 산다.
꼬무라 기지는 1995년부터 까렌민주불교군 손에 넘어갔다.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까렌민주불교군 제3특수대대 사령관이자 꼬무라의 맹주인 칫투 대령(가운데). 2005년. 정문태
꼬무라 기지는 1995년부터 까렌민주불교군 손에 넘어갔다.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까렌민주불교군 제3특수대대 사령관이자 꼬무라의 맹주인 칫투 대령(가운데). 2005년. 정문태
그렇게 함락당한 꼬무라로 다시 들어갈 수 있었던 건 꼭 10년 뒤인 2005년이었다. 그즈음은 버마 정부군과 손잡은 까렌민주불교군(DKBA)이 점령한 ‘적진’이었다. 까렌민주불교군은 1994년 말 까렌민족해방군 지휘부에 반기를 들고 떨어져 나와 정부군 지원을 받으며 국경 소수민족해방·민주혁명전선으로 총부리를 돌린 무장조직이다.
그로부터 또 13년이 지났다. 꼬무라가 보고 싶다. 버마의 까렌주와 국경을 맞댄 타이 북서부 매솟에서 이리저리 선을 단다. 꼬무라는 까렌민주불교군이 2009년부터 버마 정부군 통제를 받는 국경수비대(BGF)에 편입되면서 이제 정부군이 쥐고 있는 셈이다. 2005년 꼬무라 취재를 허락했던 까렌민주불교군 특수대대 사령관이자 이 지역 맹주인 칫투 대령(48)은 요즘 국경수비대 사무총장으로 까렌주 주도인 빠안에 나가 있어 선이 닿지 않는다. 밀선을 통해 현재 꼬무라를 거느린 슈웨꼬꺼꼬 국경수비대 사령관인 마웅윈 소령(전 민주까렌불교군)을 찾았다. “칫투 사령관 잘 안다면 들어와도 좋다. 빠안으로 연락은 내가 할 테니.” 마웅윈은 까탈 없이 받아들였다.
세계 게릴라전사의 최대 격전지
1988년 ‘크리스마스전투’의 현장 
꼬무라 지하벙커 오간 유일 기자
함락 23년 만에 다시 그곳으로
엉망진창 카지노 무법지대 지나
중국계로 가득한 까렌 마을 지나 
닿은 옥수수 밭으로 변한 꼬무라 
그 땅에서 확인하는 소수민족의 혼
6월23일 아침 8시, 호텔로 밀선이 찾아왔다. “요즘도 꼬무라 ‘개구멍’ 있나?” “그 길목은 타이군이 버텨 넘기 힘들다.” 메솟에서 직선거리로 10㎞ 떨어진 꼬무라로 들어가는 그 개구멍은 옛날에도 카메라를 쌀자루에 숨기고 안경을 벗고 농부로 변장해서 드나들었던 곳이다. “그럼 어디로?” “꼬무라 북동쪽 2㎞ 지점, 슈웨꼬꺼꼬 어귀로.” 밀선을 따라 20분쯤 달려 모에이강에 닿고 보니 건너 쪽 버마 강둑에 ‘엠비리조트클럽’이라는 카지노가 눈에 든다. 여전히 적진으로 들어가는 긴장과 흥분을 안고 온 내 꼴이 우습게 되었다. 여긴 아무나 다닐 수 있는 길이다. 타이 쪽 모에이강 둑에 서면 자동으로 카지노 전용배가 모시러 온다. 비자도 여권도 필요 없다. 세관이니 출입국사무소 따위도 없다. 도박꾼들이 불법으로 국경을 넘나든다는 뜻이다. 들머리 쪽 타이군 검문소도 겉치레일 뿐이다. 카지노 손님을 위한 특별 개구멍인 셈이다. 버마도 타이도 도박은 불법이다. 물론 카지노도 불법이다. 허가 받지 않은 카지노가 버젓이 두 나라 국경을 주름잡는 엉망진창 무법지대다. 여기가 바로 버마 정부군, 국경수비대, 타이 정부군에다 중국 자본이 공생하며 굴러가는 사각부패 현장이다.
2011년 휴전협정 전까지만 해도 꼬무라 물돌이와 이어진 이 지역은 세계 게릴라전사에 최대 격전지로 꼽는 전선이었다. “휴전협정이 평화 대신 카지노를 몰고 왔다.” 매솟 까렌학교 교장 만 발라신 말마따나 휴전협정 뒤 국경 전역에서 벌어지는 불법 사업들을 버마 정부가 눈감아 주고 있다는 뜻이다.
세계 게릴라전사에서 최대 격전지로 꼽는 꼬무라 기지와 이어진 모에이강 기슭 슈웨꼬꺼꼬에는 카지노가 들어섰다. 사진에서 배를 중심으로 오른쪽 숲이 타이 영토다. 2018년. 정문태
세계 게릴라전사에서 최대 격전지로 꼽는 꼬무라 기지와 이어진 모에이강 기슭 슈웨꼬꺼꼬에는 카지노가 들어섰다. 사진에서 배를 중심으로 엠카지노주소 오른쪽 숲이 타이 영토다. 2018년. 정문태
해방투쟁 뒤에 숨은 이권
사람들이 “칫투카지노”라 부르는 엠비리조트클럽 바로 뒤가 칫투 대령의 개인 사무실 겸 슈웨꼬꺼꼬 국경수비대 연락사무소다. “까렌 배신하고 버마 국경수비대 되고 나니 마음 편한가?” 마웅윈 소령과 악수를 하면서 툭 찔러본다. 통역을 맡은 밀선이 쭈뼛거리며 조심스레 말을 건넨다. “배신은 무슨 배신. 그 전 까렌불교군 시절보다 불편하다. 그땐 자유로웠으니.” “정부군 명령 따라야 하니 그렇겠지?” “명령보다 규칙과 법이 너무 많아서. 결정도 마음대로 못하고.” 마웅윈은 무뚝뚝한 첫 인상과 달리 화끈하다. “국경수비대 때려치우고 돌아오면 되잖아?” “그건 정치니 내가 뭐라 할 수 없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라.” “정부군 쪽으로 총부리 돌릴 수도 있나?” “못할 것도 없지. 상황 달라지면.” “국경수비대 편제는 알려진 바 없는데, 비밀인가?” “비밀은 무슨. 까렌주 전체 13개 대대고, 여기 슈웨꼬꺼꼬에 4개 대대.” “그래서 버마 정부한테 월급은 얼마나 받나?” “정부군과 같다. 일반병은 16만짯(13만원)부터.” “당신은 소령인데?” “난 41만짯(33만원)” 마웅윈은 거침없이 대답을 쏟아낸다. “한 동안 까렌민족해방군 공격 안 하더구먼?” “2007년이 마지막이었어. 친구잖아.”
사무실 안을 둘러보니 칫투 대령이 까렌민족해방군 사령관 조니, 까렌민족연합 의장 무뚜세이뿌한테 꽃을 바치는 사진이 걸려있다. “조니 사령관과 매솟에서 만나 술도 한잔씩 하고….” 옛날에 칫투 대령이 했던 말이나, “그 아이들(전 까렌민주불교군) 월급은 버마 정부한테 받고 일은 내 말을 따르지.” 지난주 조니 사령관이 했던 말이나 다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점심나절 꼬무라로 간다. 칫투 비서인 에콩이 운전대를 잡았다. “진흙탕이라 둘러가야 할 듯.” 직선거리 2㎞를 두고 슈웨꼬꺼꼬 한복판을 거쳐 먼 길을 돌아간다. 한적한 시골마을이었던 슈웨꼬꺼꼬도 13년 만에 몰라보게 달라졌다. 곳곳에 대형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저게 다 뭔가?” “중국 업체 10여개가 들어와서 공장 짓는다고.” “저 컨테이너 박스처럼 줄줄이 늘어선 집들은?” “카지노와 중국 회사에서 일하는 중국인(버마 출신)이 사는.” 에콩은 마땅찮은 듯 고개를 젓는다. 인구 3천 남짓 슈웨꼬꺼꼬에 중국계 버마인이 1천명을 웃돈다. 길거리마다 중국계 사람들이 몰려다니는 낯선 풍경은 전통 까렌 마을이 끝나가는 신호다.
슈웨꼬꺼꼬의 이 변화는 모두 칫투 ‘솜씨’다. 사업적 재주로 소문난 칫투는 중국 투자자를 끌어들여 아예 왕국을 건설했다. 속을 들여다 볼 수 없는 칫투 집 담벼락은 300m도 넘게 이어진다. 소수민족해방투쟁 이름으로 이권을 굴려대는 국경 현실이 아프게 다가온다.
슈웨꼬꺼꼬를 지나 무인지대를 달린다. 여기도 진흙탕이다. 정부군이 포를 날렸던 케블루산 까지 기껏 10㎞에 35분이나 걸린다. 케블루산에서 500m 앞 모에이강 물돌이가 꼬무라다. 전투가 벌어질 때마다 수천발씩 포탄을 받아냈던 이 꼬무라는 본디 집도 나무도 아무 것도 없는 폐허였다. 포를 맞아 천정과 벽이 반쯤 날아간 아주 허름한 절과 불상 하나만 땅 위에 있었고,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는 지하로 들어갔다.
그러니 꼬무라에서 옛날 자취는 찾을 수 없다. 그나마 동맹군 벙커마저 정부군이 없애버려 어디가 어딘지조차 헷갈릴 뿐. 그 땅엔 이제 옥수수만 빼곡히 자라고 있다. “얼마 전 아이 둘이 여기서 불발탄 건드려 죽었다.” 에콩 말이다. 꼬무라는 그런 곳이다. 불발탄을 걷어내지 않고는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다. 옥수수 밭을 가꾸는 농부 몇몇과 이방인 출현에 놀란 초병 네댓이 꼬무라의 다다.
애초 나는 이 꼬무라를 의심했다. 내가 볼 땐 전략적으로 아무 가치도 없는 이 손바닥만한 꼬무라를 놓고 소수민족해방군은 오랜 세월 동안 죽음으로 버텼으니. 까렌민족해방군 지도부와 여러 차례 꼬무라를 놓고 논쟁을 벌였지만 속 시원한 답을 들은 적도 없다. 그러다 1995년 꼬무라가 함락당하고 몇 해 지나서야 전쟁이란 게 전략적 가치만 따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죽어도 지켜야 할 명예와 자존심, 소수민족해방군의 혼이고 정신이었다. 그게 꼬무라의 가치였다. 이 꼬무라가 무너지면서 국경 소수민족해방 투쟁도 시들어 갔다. 그로부터 소수민족해방전선은 맥 빠진 깃발만 날린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내가 꼬무라를 다시 보고 싶었던 건 추억 캐기 따위가 아니라 그 혼과 정신을 돌아보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
다시 만날 국경
이제 나는 모에이강을 따라 버마 소수민족해방·민주혁명 심장이었던 까렌민족해방군 옛 본부 마나플라우를 거쳐, 모에이강과 만나는 살윈강 기슭 버마학생민주전선 옛 본부 다웅윈으로 간다. 숱한 이들이 민족해방과 민주혁명을 외치며 목숨 바친 이 두 강은 내게 학교였다. 나는 전쟁도 혁명도 국경도 모두 이 강에서 배웠다. 먼저 간 이들 앞에 바칠 꽃 한 송이를 들고 갈 생각이다.
이제 국경일기를 멈출 때가 됐다. 그러나 국경 사람들과 함께 길을 가겠다던 30년 전 기자로서 다짐은 끝나지 않았다. 다시 국경에서 만날 날을 꼽으며 독자들께 고마운 마음을 올린다

2018년 7월 1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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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24일 1800시, 3천여 병력을 앞세운 버마 정부군이 땅거미 지는 모에이강 물돌이 목을 치고 들어왔다. 폭 60m에 친 3겹 철책선에서 불꽃이 튀었다. 500m 앞 케블루산(400m) 정부군 고지에서는 120㎜ 야포 24문이 쉬지 않고 불을 뿜었다. 스웨덴제 84㎜ 대탱크포는 모래자루와 통나무로 덮은 지하 2m 동맹군 벙커를 뚫고 들었다. 남북 1.5㎞, 동서 0.6㎞, 손바닥만한 물돌이는 초토가 되었다.
12월25일 0400시, 자정을 넘어 숨죽였던 물돌이에 다시 총성이 울렸다. 캡틴흘라웨이다리 쪽으로 치고 들던 정부군 상륙조 40여명이 동맹군에 걸려 물귀신이 되었다. 흥분한 정부군 야포는 거칠게 불을 뿜었고 물돌이의 새벽은 화약 냄새와 피비린내로 뒤덮였다. 1700시, 300여명 전사자를 낸 정부군이 물러나면서 전선이 잦아들었다.”
꼬무라로 가는 길
세계 게릴라전사에 최대 격전으로 꼽을만한 1988년 ‘크리스마스전투’였다. 그즈음 타이와 버마(까렌주) 국경을 가르는 모에이강 물돌이 꼬무라(완카)에는 까렌민족해방군(KNLA) 101특수대대 300명, 4여단 특수지원군 150명, 아라깐해방군(ALA) 80명, 버마학생민주전선(ABSDF) 211연대 150명이 버마민주동맹(DAB) 깃발 아래 방어선을 쳤다. 여섯 달 넘도록 꼬무라를 난타했던 정부군은 12월22일부터 하루 5000~7000발에 이르는 포탄을 퍼부어댔다. 12월 들어 보급선마저 끊긴 동맹군은 햇볕도 들지 않는 벙커에서 한 달 가까이 마른 국수와 물로 끼니를 때웠다.
특히 이 크리스마스전투는 11월5일 갓 태어나 전투 경험도 없던 버마학생민주전선 학생군이 까렌 지도부의 후퇴 명령을 거부한 채 쇠사슬로 서로 발을 묶고 참전한 신화를 남겼다. 그로부터 까렌을 비롯한 소수민족해방군들은 이른바 8888 민주항쟁 뒤 국경으로 빠져나온 학생들을 동지로 받아들이며 무기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난공불락 요새로 여겼던 꼬무라는 1995년 2월20일 정부군한테 함락 당했다. 그날 나는 타이 국경 수비대에 막혀 모에이강 둑 먼발치에서 쓰러져 가는 꼬무라를 지켜보았다. 그동안 꼬무라 지하 벙커를 들락거린 유일한 기자인 나는 검은 연기와 불길에 휩싸여 숨이 넘어가던 그날 꼬무라를 아직도 가슴 한 쪽에 달고 산다.
꼬무라 기지는 1995년부터 까렌민주불교군 손에 넘어갔다.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까렌민주불교군 제3특수대대 사령관이자 꼬무라의 맹주인 칫투 대령(가운데). 2005년. 정문태
꼬무라 기지는 1995년부터 까렌민주불교군 손에 넘어갔다.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까렌민주불교군 제3특수대대 사령관이자 꼬무라의 맹주인 칫투 대령(가운데). 2005년. 정문태
그렇게 함락당한 꼬무라로 다시 들어갈 수 있었던 건 꼭 10년 뒤인 2005년이었다. 그즈음은 버마 정부군과 손잡은 까렌민주불교군(DKBA)이 점령한 ‘적진’이었다. 까렌민주불교군은 1994년 말 까렌민족해방군 지휘부에 반기를 들고 떨어져 나와 정부군 지원을 받으며 국경 소수민족해방·민주혁명전선으로 총부리를 돌린 무장조직이다.
그로부터 또 13년이 지났다. 꼬무라가 보고 싶다. 엠카지노주소 버마의 까렌주와 국경을 맞댄 타이 북서부 매솟에서 이리저리 선을 단다. 꼬무라는 까렌민주불교군이 2009년부터 버마 정부군 통제를 받는 국경수비대(BGF)에 편입되면서 이제 정부군이 쥐고 있는 셈이다. 2005년 꼬무라 취재를 허락했던 까렌민주불교군 특수대대 사령관이자 이 지역 맹주인 칫투 대령(48)은 요즘 국경수비대 사무총장으로 까렌주 주도인 빠안에 나가 있어 선이 닿지 않는다. 밀선을 통해 현재 꼬무라를 거느린 슈웨꼬꺼꼬 국경수비대 사령관인 마웅윈 소령(전 민주까렌불교군)을 찾았다. “칫투 사령관 잘 안다면 들어와도 좋다. 빠안으로 연락은 내가 할 테니.” 마웅윈은 까탈 없이 받아들였다.
세계 게릴라전사의 최대 격전지
1988년 ‘크리스마스전투’의 현장 
꼬무라 지하벙커 오간 유일 기자
함락 23년 만에 다시 그곳으로
엉망진창 카지노 무법지대 지나
중국계로 가득한 까렌 마을 지나 
닿은 옥수수 밭으로 변한 꼬무라 
그 땅에서 확인하는 소수민족의 혼
6월23일 아침 8시, 호텔로 밀선이 찾아왔다. “요즘도 꼬무라 ‘개구멍’ 있나?” “그 길목은 타이군이 버텨 넘기 힘들다.” 메솟에서 직선거리로 10㎞ 떨어진 꼬무라로 들어가는 그 개구멍은 옛날에도 카메라를 쌀자루에 숨기고 안경을 벗고 농부로 변장해서 드나들었던 곳이다. “그럼 어디로?” “꼬무라 북동쪽 2㎞ 지점, 슈웨꼬꺼꼬 어귀로.” 밀선을 따라 20분쯤 달려 모에이강에 닿고 보니 건너 쪽 버마 강둑에 ‘엠비리조트클럽’이라는 카지노가 눈에 든다. 여전히 적진으로 들어가는 긴장과 흥분을 안고 온 내 꼴이 우습게 되었다. 여긴 아무나 다닐 수 있는 길이다. 타이 쪽 모에이강 둑에 서면 자동으로 카지노 전용배가 모시러 온다. 비자도 여권도 필요 없다. 세관이니 출입국사무소 따위도 없다. 도박꾼들이 불법으로 국경을 넘나든다는 뜻이다. 들머리 쪽 타이군 검문소도 겉치레일 뿐이다. 카지노 손님을 위한 특별 개구멍인 셈이다. 버마도 타이도 도박은 불법이다. 물론 카지노도 불법이다. 허가 받지 않은 카지노가 버젓이 두 나라 국경을 주름잡는 엉망진창 무법지대다. 여기가 바로 버마 정부군, 국경수비대, 타이 정부군에다 중국 자본이 공생하며 굴러가는 사각부패 현장이다.
2011년 휴전협정 전까지만 해도 꼬무라 물돌이와 이어진 이 지역은 세계 게릴라전사에 최대 격전지로 꼽는 전선이었다. “휴전협정이 평화 대신 카지노를 몰고 왔다.” 매솟 까렌학교 교장 만 발라신 말마따나 휴전협정 뒤 국경 전역에서 벌어지는 불법 사업들을 버마 정부가 눈감아 주고 있다는 뜻이다.
세계 게릴라전사에서 최대 격전지로 꼽는 꼬무라 기지와 이어진 모에이강 기슭 슈웨꼬꺼꼬에는 카지노가 들어섰다. 사진에서 배를 중심으로 오른쪽 숲이 타이 영토다. 2018년. 정문태
세계 게릴라전사에서 최대 격전지로 꼽는 꼬무라 기지와 이어진 모에이강 기슭 슈웨꼬꺼꼬에는 카지노가 들어섰다. 사진에서 배를 중심으로 오른쪽 숲이 타이 영토다. 2018년. 정문태
해방투쟁 뒤에 숨은 이권
사람들이 “칫투카지노”라 부르는 엠비리조트클럽 바로 뒤가 칫투 대령의 개인 사무실 겸 슈웨꼬꺼꼬 국경수비대 연락사무소다. “까렌 배신하고 버마 국경수비대 되고 나니 마음 편한가?” 마웅윈 소령과 악수를 하면서 툭 찔러본다. 통역을 맡은 밀선이 쭈뼛거리며 조심스레 말을 건넨다. “배신은 무슨 배신. 그 전 까렌불교군 시절보다 불편하다. 그땐 자유로웠으니.” “정부군 명령 따라야 하니 그렇겠지?” “명령보다 규칙과 법이 너무 많아서. 결정도 마음대로 못하고.” 마웅윈은 무뚝뚝한 첫 인상과 달리 화끈하다. “국경수비대 때려치우고 돌아오면 되잖아?” “그건 정치니 내가 뭐라 할 수 없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라.” “정부군 쪽으로 총부리 돌릴 수도 있나?” “못할 것도 없지. 상황 달라지면.” “국경수비대 편제는 알려진 바 없는데, 비밀인가?” “비밀은 무슨. 까렌주 전체 13개 대대고, 여기 슈웨꼬꺼꼬에 4개 대대.” “그래서 버마 정부한테 월급은 얼마나 받나?” “정부군과 같다. 일반병은 16만짯(13만원)부터.” “당신은 소령인데?” “난 41만짯(33만원)” 마웅윈은 거침없이 대답을 쏟아낸다. “한 동안 까렌민족해방군 공격 안 하더구먼?” “2007년이 마지막이었어. 친구잖아.”
사무실 안을 둘러보니 칫투 대령이 까렌민족해방군 사령관 조니, 까렌민족연합 의장 무뚜세이뿌한테 꽃을 바치는 사진이 걸려있다. “조니 사령관과 매솟에서 만나 술도 한잔씩 하고….” 옛날에 칫투 대령이 했던 말이나, “그 아이들(전 까렌민주불교군) 월급은 버마 정부한테 받고 일은 내 말을 따르지.” 지난주 조니 사령관이 했던 말이나 다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점심나절 꼬무라로 간다. 칫투 비서인 에콩이 운전대를 잡았다. “진흙탕이라 둘러가야 할 듯.” 직선거리 2㎞를 두고 슈웨꼬꺼꼬 한복판을 거쳐 먼 길을 돌아간다. 한적한 시골마을이었던 슈웨꼬꺼꼬도 13년 만에 몰라보게 달라졌다. 곳곳에 대형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저게 다 뭔가?” “중국 업체 10여개가 들어와서 공장 짓는다고.” “저 컨테이너 박스처럼 줄줄이 늘어선 집들은?” “카지노와 중국 회사에서 일하는 중국인(버마 출신)이 사는.” 에콩은 마땅찮은 듯 고개를 젓는다. 인구 3천 남짓 슈웨꼬꺼꼬에 중국계 버마인이 1천명을 웃돈다. 길거리마다 중국계 사람들이 몰려다니는 낯선 풍경은 전통 까렌 마을이 끝나가는 신호다.
슈웨꼬꺼꼬의 이 변화는 모두 칫투 ‘솜씨’다. 사업적 재주로 소문난 칫투는 중국 투자자를 끌어들여 아예 왕국을 건설했다. 속을 들여다 볼 수 없는 칫투 집 담벼락은 300m도 넘게 이어진다. 소수민족해방투쟁 이름으로 이권을 굴려대는 국경 현실이 아프게 다가온다.
슈웨꼬꺼꼬를 지나 무인지대를 달린다. 여기도 진흙탕이다. 정부군이 포를 날렸던 케블루산 까지 기껏 10㎞에 35분이나 걸린다. 케블루산에서 500m 앞 모에이강 물돌이가 꼬무라다. 전투가 벌어질 때마다 수천발씩 포탄을 받아냈던 이 꼬무라는 본디 집도 나무도 아무 것도 없는 폐허였다. 포를 맞아 천정과 벽이 반쯤 날아간 아주 허름한 절과 불상 하나만 땅 위에 있었고,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는 지하로 들어갔다.
그러니 꼬무라에서 옛날 자취는 찾을 수 없다. 그나마 동맹군 벙커마저 정부군이 없애버려 어디가 어딘지조차 헷갈릴 뿐. 그 땅엔 이제 옥수수만 빼곡히 자라고 있다. “얼마 전 아이 둘이 여기서 불발탄 건드려 죽었다.” 에콩 말이다. 꼬무라는 그런 곳이다. 불발탄을 걷어내지 않고는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다. 옥수수 밭을 가꾸는 농부 몇몇과 이방인 출현에 놀란 초병 네댓이 꼬무라의 다다.
애초 나는 이 꼬무라를 의심했다. 내가 볼 땐 전략적으로 아무 가치도 없는 이 손바닥만한 꼬무라를 놓고 소수민족해방군은 오랜 세월 동안 죽음으로 버텼으니. 까렌민족해방군 지도부와 여러 차례 꼬무라를 놓고 논쟁을 벌였지만 속 시원한 답을 들은 적도 없다. 그러다 1995년 꼬무라가 함락당하고 몇 해 지나서야 전쟁이란 게 전략적 가치만 따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죽어도 지켜야 할 명예와 자존심, 소수민족해방군의 혼이고 정신이었다. 그게 꼬무라의 가치였다. 이 꼬무라가 무너지면서 국경 소수민족해방 투쟁도 시들어 갔다. 그로부터 소수민족해방전선은 맥 빠진 깃발만 날린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내가 꼬무라를 다시 보고 싶었던 건 추억 캐기 따위가 아니라 그 혼과 정신을 돌아보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
다시 만날 국경
이제 나는 모에이강을 따라 버마 소수민족해방·민주혁명 심장이었던 까렌민족해방군 옛 본부 마나플라우를 거쳐, 모에이강과 만나는 살윈강 기슭 버마학생민주전선 옛 본부 다웅윈으로 간다. 숱한 이들이 민족해방과 민주혁명을 외치며 목숨 바친 이 두 강은 내게 학교였다. 나는 전쟁도 혁명도 국경도 모두 이 강에서 배웠다. 먼저 간 이들 앞에 바칠 꽃 한 송이를 들고 갈 생각이다.
이제 국경일기를 멈출 때가 됐다. 그러나 국경 사람들과 함께 길을 가겠다던 30년 전 기자로서 다짐은 끝나지 않았다. 다시 국경에서 만날 날을 꼽으며 독자들께 고마운 마음을 올린다.